의사 단체 vs. 환자 단체, 명예 훼손 맞불?

[사진=Suphaksorn Thongwongboot/shutterstock]
오진 의사 구속 사태가 의사 단체와 환자 단체 간 명예 훼손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9일 ‘왜곡 허위 주장으로 환연과 소속 환자 단체의 명예를 훼손한 의사협회와 최대집 회장은 사과하라’ 성명을 발표했다.

환자 단체가 “의사 면허를 살인 면허로 취급하는 환자 단체에 대규모 명예 훼손 집단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의 발언에 맞불을 놓은 것.

“의사 형사 처벌 부당” vs. “의료진 사과 우선해야”

두 단체의 마찰은 오진 의사 3인 구속 사태를 두고 불거졌다. 대한의사협회(의협)를 비롯한 전국 16개 시도의사회는 지난 10월 26일 의사 3인이 탈장을 변비로 오진해 8세 환아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법정 구속된 사건에 공동 결의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의료계는 “업무상 과실 치사에 형사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 구속 의사 즉각 석방 ▲ 의료 사고 면책 특례법 제정 ▲ 진료 거부권 도입 등을 요구했다.

이러한 의료계의 요구에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의료 사고 피해자 및 그 유족들은 지난 11월 7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 의협 임시회관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의협은 특례법 주장에 앞서 환자와 의사 간 신뢰 회복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의료 사고 피해자 및 유족이 형사 고소에 나서는 것은 병원과 의료진이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의협의 형사 처벌 면책 특례, 진료 거부권 도입은 도를 넘는 비상식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11월 7일) 같은 시각 의협은 긴급 기자 회견을 열고 “의사 면허를 살인 면허, 특권 면허라 한 환자 단체를 명예 훼손으로 고소할 것”이라고 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의사의 특례법 요구는 의사가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환연이 환자의 권익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의협에 이런 악의적인 망언을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최대집 회장은 “환자단체연합회는 정책 협의체에서도 환자의 권익을 우선시하기보다 정부의 편을 든다”며 “환자단체연합회가 환자가 아닌 대표자의 개인 권익을 위한 단체가 아닌지 그 정체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최대집 회장은 “의협이 문제 삼는 ‘살인 면허, 특권 면허’라는 표현은 환자단체연합회 성명문에 단 1회 등장하는데 명예 훼손을 단행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살인 면허’라는 표현을 쓴 것 자체가 의협이 수용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 “곧 있을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에 재를 뿌리고 방해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답했다.

의협-환연, 신뢰 회복 가능할까?

환자단체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의협이 환자단체연합회의 취재 요청서, 기자 회견문 중 ‘의사 면허’, ‘살인 면허’라는 단어만 부각시켜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왜곡시켰다”며 “이는 환자 단체와 의료 사고 피해자 및 유족들에 대한 의사들의 분노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환자 단체를 정부의 거수기 노릇을 한다고 표현한 최대집 회장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의협이 주장하는 정책 제안에 찬성하지 않거나 의협이 반대하는 정부 정책에 찬성 의견을 말하는 환자 단체 대표를 비하한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며 “이는 명예 훼손 발언으로 법적 책임을 져야할 문제일 수 있다”고 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의료 공급자 단체가 환자 단체의 정당한 활동에 형사 고소를 남발하는 행태가 우렵스럽다”며 “향후 의료 공급자 단체의 무고성 형사 고소에 무고죄와 민사 소송으로 엄중히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환자 단체 명예 훼손 건은 현재 법적 사항을 검토 중인 단계”라고 했다. 박 대변인은 환자단체연합회의 사과 요구 및 무고죄 대응 방침에 대해 “진짜 환자를 위하는 단체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박종혁 대변인은 “의료계와 환자 단체는 기본적으로 함께 가야할 존재”라고 했다. 박 대변인은 “감정적으로 격앙된 피해자가 일부 과격한 표현을 쓸 수는 있”으나 “이를 공식 문건에 포함해 의사 단체를 공격하는 환자 단체의 행보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맹미선 기자 twiligh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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