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기밀 문건’으로 본 삼성바이오 회계 처리 미스터리

[바이오워치]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공개한 삼성 기밀 문건(Samsung confidential)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장과 완전히 배치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고의로 종속 회사(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 회사로 변경해 가치를 부풀렸다는 분식 회계 의혹에 대해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져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또 “회계 처리 변경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는 무관”한 것임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당시 삼성 내부에서 오간 문건을 살펴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장의 신빙성을 의심케 한다. 문건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가 연기됐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회계 처리 변경은 합병 이후 통합 삼성물산과 회계 처리를 맞추는 과정에서 논의된 대응 방안 중 하나였던 것.

[사진=2015년 11월 18일 작성된 삼성 내부 문건. 박용진 의원실 제공]
2015년 11월 18일에 작성된 ‘바이오, 바이오젠의 콜옵션 평가 관련 회계 이슈’ 문건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를 연기함에 따라 삼성물산이 평가한 1조8000억 원을 부채로 반영 시, 2015년 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본 잠식(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상태)이 예상된다”고 보고했다.

이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본 잠식 시 기존 차입금 상환 및 신규 차입 불가, 상장 조건 미충족 등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주사인 삼성물산도 연결 부채가 1조8000억 원 증가하고, 삼성전자는 3000억 원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명시했다.

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나온 것이 바로 회계 처리 방식 변경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보고서를 통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종속 회사)에서 지분법 평가 자회사(관계 회사)로 변경”하는 대안을 제시하며 관계 회사로 변경 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조6000억 원, 삼성전자는 1조2000억 원 대규모 평가 이익이 발생한다”는 검토 결과를 내놨다. 또 “바이오젠이 2016년 이후에 콜옵션을 행사하더라도 관련 손실은 2015년 기반영하여 추가적인 손익 영향은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갑자기 이익이 발생하게 된 배경을 설명할 대외용 대응 방안도 논의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관계 회사로 변경할 경우, 콜옵션 행사를 예상할 수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상장 신청 등 중요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보고했고, 이후 문건을 통해 “대규모 이익 발생에 대한 대외 설명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상장 진행 관련 회계 처리이며, 회사 실질 가치는 변동 없는 것으로 설명 예정”, “회계 법인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상장 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 로직스와 동등한 지배력을 보유할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하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 회사로 변경 및 관련 자산/부채에 대한 회계 처리를 요구”한 것으로 대응하겠다고 적었다.

삼성은 회계 처리 변경 이외에 콜옵션 계약 조항을 수정해 콜옵션 가치를 미평가하거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 회사로 유지하되, 콜옵션 평가 손실을 합병 때 삼성물산의 평가보다 낮은 가치로 평가하는 방안 등도 대응 방안으로 거론했다. 하지만 바이오젠 동의 여부 불투명, 삼성물산 주주의 이슈 제기 등 문제로 최종적으로 회계 처리를 변경해 콜옵션 가치를 반영하기로 했다.

[사진=2015년 11월 17일 작성된 삼성 내부 문건. 박용진 의원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렇게 세밀하게 콜옵션 가치 평가 방안를 논의하게 된 배경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자리한다. 2015년 11월 10일과 17일 작성된 문건에 따르면, 통합 삼성물산은 9월 합병 때 제일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바이오 사업 가치를 6조9000억 원으로 평가해 장부(지분 51%)에 반영했다. 여기서 통합 삼성물산은 바이오젠 콜옵션 부채를 1조8000억 원으로 계상했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장부엔 콜옵션 가치가 반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 감사법인 삼일과 삼정회계법인은 바이오젠이 연내(2015년) 콜옵션 미행사 시,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삼성물산과 동일하게 부채로 간주해 장부에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연기한 사실을 알고 있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본 잠식을 피할 수 있는 회계 처리 방안을 고민하게 된 것이다.

내부 문건은 2015년 회계 처리 변경이 콜옵션 가능성 확대 때문이 아니라 합병에 따른 콜옵션 반영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뤄졌으며, 회계 처리를 논의하게 된 계기 역시 삼성물산 합병 문제가 중요하게 작용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또 삼성물산 합병 전후로 작성된 이 문건은 모두 삼성 미래전략실 바이오 담당자에게 보고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의혹 이면에 삼성 전반이 관여되어 있음을 짐작케 한다.

이와 관련해 박용진 의원은 “실질적으로 전체 과정에 삼성물산도 참여했고, (당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까지 공모한 상황”이라며 “이런 정황에 대해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일리 있다고 답했으니 후속 조치가 신속히 진행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새임 기자 j.saeim09@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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