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사고 의사, 형사 처벌 받아야 할까?

[사진=한국환자단체연합회-의료사고 피해자 유족 기자 회견 현장]

“억울하면 절차 밟으세요.”
“의료 사고는 혐의 입증하기 쉽지 않은데 왜 고소하셨어요.”

의료 사고 피해자 유족들이 업무상 과실 치사에 형사 처벌을 면제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주장에 ‘의료진의 진정한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연)는 7일 오전 대한의사협회 용산 임시 회관 앞에서 ‘진료 거부권 도입과 과실 의료 사고 형사 처벌 면제 특례를 요구하는 의사 협회 규탄 기자 회견’을 개최했다. 기자 회견에는 대리 수술, 투약 오류 등으로 사망 또는 의식 불명에 빠진 환자의 유가족이 직접 발언에 나섰다.

허희정 씨는 작년(2017년) 11월 6살 어린 아들 김재윤 군을 먼저 보내야 했다. 백혈병 완치 판정을 4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허 씨는 3살에 백혈병 판정을 받은 아들이 사망한 이유가 병세 약화가 아닌 의료 사고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건은 김재윤 군이 대구의 한 대학 병원에서 정기 골수 검진을 받는 도중 일어났다. 어린 아이가 골수 검사를 맞을 때는 약효가 센 수면제를 맞으므로 응급 장비가 갖춰진 곳에서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의료진은 응급 장비가 갖춰진 방 대신 일반 병실에서 골수 검사를 진행했다. 남는 방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김재윤 군은 수면제 투약 후 호흡 곤란, 심정지를 일으켰다. 허희정 씨는 “뒤늦게 응급 장비를 챙겨오느라 적절한 처지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허 씨는 “사건이 있은 지 1년이 지났지만 병원으로부터 아무런 사과도 받지 못했다”며 “병원 관계자로부터 ‘억울하면 절차 밟으세요’라는 말을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나금 씨는 성형 외과 대리 수술로 아들 권대희 씨를 잃었다. 권 씨는 턱 성형 수술 도중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

이나금 씨는 수술실 CC(폐쇄 회로) TV 영상을 확보해 아들 권 씨의 수술방에 간호조무사가 대리 수술자로 참여한 것을 확인했다. 이 씨는 “수술 중 아들의 혈압이 급격히 떨어졌을 때 수혈 대신 혈액조영제만 투여했다”며 “이러한 사실이 있는데도 집도의는 ‘의료 사고는 혐의를 입증하기 쉽지 않은데 무엇 하러 고소하느냐’라는 말을 하더라”고 전했다.

의료 사고 피해자 유족들은 “의사가 신이 아니라는 사실은 유가족 역시 알고 있다”며 “유가족은 사건 당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정확한 사실과 의료진의 양심적인 사과를 듣고 싶은 것 뿐”이라고 했다.

환연-의료 사고 피해자 유족들은 “의사는 의료 사고 관련 형사 소송에서 이미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의료 사고 재발 대책 없이 진료 거부권, 형사 처벌 면제 특례법을 주장하는 것은 도를 넘는 비상식적 주장”이라고 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같은 시각 용산 임시 회관 회의실에서 환연-의료 사고 피해자 유족 기자 회견에 대응하는 긴급 기자 회견을 열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고의성을 갖고 환자를 다치게 하거나 의학적으로 인정될 수 없는 의료 행위를 한 의사는 당연히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다만 최 회장은 “의료 과실 여부, 책임 문제는 형사가 아닌 민사 소송에서 다뤄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업무상 과실 치사에 형사 처벌이 적용되면 의료진이 환자에게 방어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최대집 회장은 “의사, 환자 간 신뢰 형성을 위한 비판적 의견은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만 “의사 면허를 살인 면허로 취급하는 단체와는 소통할 수 없다”고 했다. 최 회장은 “환연은 매 사건마다 근거 없이 의사들을 비판하고 폄훼하고 있다”며 “진정으로 환자의 권익을 위하는 단체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맹미선 기자 twiligh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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