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세포 치료제, 그때그때 달라요?

[강양구의 바이오 워치] 국회 보건복지위가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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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neticliteracyproject.org]
과학이나 의학에 문외한도 ‘세포 치료제’를 들어본 적이 있으리라. 세포 치료제는 말 그대로 인간이나 동물에서 유래한 세포를 이용해서 만들어낸 약이다. 세포를 사람 몸속에 넣는 등의 방법을 통해서 특정 질병의 치료 효과를 기대하는 것. 이미 국내에서도 세포 치료제가 환자에게 처방되고 있다.

지난 12일 한 언론이 세포 치료제 “안전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2017년 기준으로 전체 세포 치료제 생산 실적의 55%를 차지하는 ‘동종 세포 치료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품질 관리가 안 되고 있을뿐더러, 환자에게 심각한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 마침 국정 감사 기간이라 식품의약품안전처도 22일 즉각 업체 실사에 나섰다.

메디포스트(카티스템), 테고사이언스(칼로덤), 바이오솔루션(케라힐-알로), 코오롱생명과학(인보사케이주) 등 동종 세포 치료제를 생산하는 기업도 발칵 뒤집혔다. 이들 기업은 잇따라 자신의 회사 제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해명을 내놓았다. 그런데 이들의 해명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정말로 문제가 없는가?

동종 세포 치료제 쇼크

우선 동종 유래 세포 치료제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세포 치료제는 그 원천인 세포를 어디서 가져오는지에 따라서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자가 유래 세포 치료제, 동종 세포 치료제, 이종 세포 치료제. 눈치 빠른 독자는 이미 감이 왔을 것이다.

자가 유래 세포 치료제는 말 그대로 자신의 세포를 이용한 것이다. 현재 전 세계 대다수 세포 치료제는 자가 유래다. 넓게 보면, 노바티스가 개발해서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킴리아도 그 한 예다. 암 환자 ‘자신의’ 면역 세포(T 세포)를 채취해서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유전자를 변형하고 나서 다시 그 환자의 몸속에 집어넣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동종 세포 치료제는 다른 사람의 세포를 이용하는 경우다. 앞에서 언급한 국내 기업의 4개 제품은 모두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세포를 원료로 개발한 세포 치료제다. 이종 세포 치료제는 다른 동물의 세포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경우다. 일단 이 자리에서는 이번에 문제가 된 동종 세포 치료제에 주목하자.

동종 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려면 당연히 세포가 있어야 한다. 메디포스트의 카티스템의 경우에는 태아의 제대혈(탯줄 혈액)에서 뽑은 중간엽 줄기세포로 만들어서 관절염 환자에게 집어넣고 있다. 중간엽 줄기세포는 연골이 될 수 있는 줄기세포다. 메디포스트는 카티스템을 관절염 환자에게 집어넣으면 연골 재생 효과가 있으리라고 주장한다.

바로 이 대목에서 문제가 생긴다. 원료 세포에 문제가 있다면 세포 치료제 자체의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최초의 세포가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 같은 알려진 바이러스나 미처 그 존재를 모르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거나, 혹은 종양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면 그 세포 치료제는 환자에게 약이 되기는커녕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초에 동종 세포 치료제를 개발할 때, 원료가 되는 세포가 여러 가지 바이러스 오염되지는 않았는지 검사를 실시하고, 더 나아가 세포의 종양 가능성 등을 꼼꼼히 따지기를 요구한다. 이런 과정에서 안전하다고 판정한 세포 치료제만 허가되어 환자를 만난다. 당연히 이 과정은 시간도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해당 업체는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한다.

그런데 만약 어떤 업체가 식약처 허가를 받고 나서 세포 치료제를 생산, 공급하는 과정에서 애초 허가받았던 원료였던 세포(A)가 아닌 다른 세포(B)를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A 세포뿐만 아니라 B 세포도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또 이 과정에서 세포가 바뀌어도 치료제의 품질에 변화가 없는지도 따져봐야 한다(생물학적 동등성).

지난 12일 제기된 의혹은 업체가 마음대로 원료 세포를 바꾸고, 식약처도 관리를 제대로 안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해명 듣고도 풀리지 않는 의문

일단 앞에서 언급한 동종 세포 치료제를 생산하는 네 개 업체는 “모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 가운데 가장 딱 부러지게 해명한 곳은 테고사이언스다. 테고사이언스는 화상 환자에게 쓰이는 동종 세포 치료제 칼로덤을 생산한다. 테고사이언스는 “2002년 한 아기가 신생아 포경 수술을 할 때 채취한 피부 각질 세포를 원료로 칼로덤을 생산하고 있고 현재까지 한 번도 최초 세포를 바꾼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최초의 세포를 대량 배양해서 저장해 놓았고 칼로덤이 허가를 받은 시점인 2005년부터 지금까지 13년간 약 3% 정도만 사용했다는 것이다. 테고사이언스 관계자는 “만에 하나 칼로덤 제조에 필요한 세포가 부족한 일이 생길 경우에는 당연히 또 다른 공여자의 다른 세포를 원료로 이용하게 될 테고 식약처 등과 필요한 절차를 다시 밟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릎 관절염 통증 완화를 목적으로 쓰이는 인보사케이주를 만드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설명도 대동소이하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7년 7월부터 인보사케이주를 생산하기 시작한 터라서 애초 최초 세포로부터 만들어낸 원료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고작 1년 정도의 시간을 염두에 둔다면 이해가 가는 설명이다.

더구나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미국 임상 3상에서 사용된 세포가 한 명의 공여자에게서 유래한 세포임을 2018년 7월에 미국 FDA로부터 다시 한 번 확인받은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FDA가 세포 치료제 제조 과정에서 한 명의 공여자에게서 유래한 세포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메디포스트의 해명에는 의문이 남는다. 메디포스트는 17일 내놓은 해명에서 “세포 기증자를 변경할 때 식약처의 허가 대상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 해명만 놓고 보면, 중간엽 줄기세포를 뽑아내는 제대혈이 매번 바뀌어도 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의 품질 문제가 없고, 식약처도 이런 사정을 알고 있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정말로 그런가?

메디포스트의 해명과 판박이인 바이오솔루션의 해명도 마찬가지다.

화상 환자 치료에 쓰이는 케라힐-알로를 생산하는 바이오솔루션도 18일 메디포스트와 똑같이 “동종 유래(즉 다른 사람의) 피부 각질 세포를 ‘원료 의약품’으로 제조해서 케라힐-알로 완제품을 생산 공급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해명만 놓고 보면, ‘여럿으로부터 채취한 피부 각질 세포를 원료로 케라힐-알로를 만들고 있지만 품질에 문제가 없다’로 해석된다. 정말로 그런가?

국회 보건복지위도 관심 가져야

과학적으로만 놓고 보면 동종 세포 치료제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면역 거부 반응이다. 내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세포를 원료로 만든 동종 세포 치료제는 원천적으로 면역 거부 반응 부작용을 최우선으로 염두에 둬야 한다. 대통령 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 중인 송기원 연세대학교 교수(생화학과)는 이렇게 지적한다.

“동종 세포 치료는 면역 거부 반응 때문에 치료법으로 개발되기까지는 상대적으로 넘어야 할 기술적 장애가 많다.”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사이언스북스 펴냄))

동종 세포 치료제는 이런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면역 거부 반응이 없는지 확인을 해야 할뿐만 아니라 안전과 품질 관리를 더욱더 빈틈없이 해야 한다. 필요할 때마다 매번 다른 세포를 원료로 사용하고, 그런 과정이 제대로 관리가 안 되고 있다면 정말로 큰 문제다. 환자 안전과 직결되는 약이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다.

상식적으로는 다른 세포로 원료가 바뀔 때마다 허가할 때와 비슷한 수준의 관리 감독이 되어야 마땅하다. 만약 그럴 필요가 없다면 왜 그런지 과학적인 근거와 설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식약처는 실태 조사 결과를 내부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29일 마무리되는 국정 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길 바라본다.

강양구 기자 tyio@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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