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도 DIY로…환자에게 중국은 ‘지옥’

[사진=’뉴욕타임스’ 다큐멘터리 ‘How Capitalism Ruined China’s Health Care System’]
#1. 장줘준 씨는 위암 3기 어머니를 위해 항암제를 직접 만든다. 이레사, 반데타닙 등 장 씨가 이제껏 만든 항암제 종류만 일곱 가지가 넘는다. 전문 약사도, 화학자도 아닌 장 씨는 온라인상에 값싸게 판매되는 항암제 원료를 사 자신이 구한 조제법에 따라 ‘DIY’ 항암제를 만든다.

장 씨의 어머니는 국가 의료 보험 대상자다. 하지만 장 씨는 아픈 어머니를 모시고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만 있는 전문 병원을 찾아갈 수도, 매달 200만 원이 넘는 의료비를 감당할 수도 없다.

#2. 중국 상하이 푸단 대학교 암센터 앞은 매일 새벽 잠을 포기하고 진료 대기줄을 서는 사람으로 가득하다. 지방에서 온 환자는 병원의 몇 안 되는 전문의를 만나러 새벽 1시부터 줄을 서지만, 운이 없으면 진찰을 못 받고 다음날 똑같이 줄서기를 반복한다. 심지어 일찍 줄을 서도 대기표 판매상에게 표를 사지 않으면 경호원이 병원 출입을 막는다. 대기표 판매는 불법이지만, 의사와 사전 약속 시간을 확보한 암표상은 경호원과 함께 매일 새벽 환자의 주머니를 털어간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9월 30일(현지 시간) 중국 내에서 빠르게 성장한 자본주의가 중국의 공공 보건의료 체계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베이징, 상하이 대형 병원 정문에 길게 늘어진 대기 줄은 중국 보건의료 체계의 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했다. 도시에 사는 부자들은 주요 병원 전문의에게 즉각 진료를 받을 수 있으나 대부분 중국인은 병원 앞에서 매일 새벽 대기 줄을 선다.

암 투병 중인 어머니를 위해 항암제를 직접 만드는 장줘준 씨의 사연은 중국 내 의료 격차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장 씨는 “중국에서 의약품을 구하는 방법은 세 가지”라며 “하나는 유럽, 미국으로부터 공식 수입된 약, 다른 하나는 인도에서 밀수된 약, 마지막으로 온라인에서 원료를 사 직접 만든 약”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중국 일반의 1명이 감당하는 환자 수는 6666명 수준이다. 국제 평균인 일반의 1명당 1500~2000명 수준을 크게 상회한다. 현대 중국 사회는 자본을 등에 업고 빠르게 성장했지만, 14억 명이 넘는 인구를 받쳐줄 일차 의료 체계를 구축하지는 못 했다. 2011년 중국인 사망 원인의 80%는 심장 질환, 뇌졸중, 당뇨병 등 만성 관리 질환이었다.

중국은 후커우(戶口, 호적) 제도에 따라 자신의 출생지 내에서만 의료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암 전문의가 없는 지역에서 태어난 환자에게 후커우 제도는 카스트 제도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많은 중국인은 낮은 임금을 받는 지역 일반의를 ‘실력 있는 의사’로 보지 않고, 지역 일차 의료 체계를 불신한다.

1960~1980년대만 하더라도 중국에는 광범위한 공공 보건 체계가 있었다. 마오쩌둥은 도시 의사를 지방에 파견해 일반 농민을 적각의생(赤脚醫生), ‘맨발의 의사들’로 양성했다. 공공 보건 인력이 충원되며 1960년 44세 수준이던 기대 수명이 1970년 63세까지 높아졌다.

1980년대 중반, 중국 정부는 대규모 경제 개혁과 동시에 국민들이 병원 전문의 진찰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병원의 정부 보조금은 크게 삭감됐고, 병원은 제각기 이득을 최대화해야 할 수단을 찾아야 했다. 이러한 의료 문화의 변화는 병원 의사가 제약 회사의 리베이트, 빨간 봉투에 담긴 환자들의 현금 뇌물을 당연시하도록 했다.

현대에 들어 무너진 중국 공공 의료 체계와 민간의 불신은 의료진 폭행 사태로 이어졌다. 의료진을 향한 모욕, 폭행, 분쟁을 가리키는 중국 내 신조어(医闹)가 만들어질 정도였다.

지난 3월, 한 의사가 자기 환자의 남편에게 살해당했다. 2016년 11월에는 자신의 딸에게 내려진 의료진의 처방에 불만을 품은 한 남자가 딸이 사망하자 해당 의사를 15차례 칼로 찔러 죽인 사례도 있었다. 중국병원협회는 2012년 의료 기관 한 곳 당 평균 27.3건의 폭행 사태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의료 문화를 바꾸기 위해 일반 국민이 비싼 전문 병원 대신 주치의 제도를 활용하도록 독려 중이다. 중국 정부는 각 가정이 2020년까지 주치의와 계약을 맺도록 하고 방문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지역 일반의에게 환자가 필요할 경우 최고 수준의 전문의를 만날 수 있는 권한도 줬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정부는 현재 인구 1만 명당 1.5명 수준인 일반의 수를 최대 5명 수준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지만 “일차 의료 체계가 어떻게 작동해야하는지 모르거나 병원에서 비교적 편하게 근무하는 수많은 의료진을 재교육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맹미선 기자 twiligh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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