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 아빠, 세계 최초 임상 시험 앱 개발한 이유는?

[스타트업 워치] '올리브씨' 개발한 이병일 HBA 대표 "임상 시험은 '꿀알바'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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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병일 HBA 대표, HBA 제공]

의약품, 의료 기기, 기능성 화장품 등이 시장에 출시되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 있다. 바로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임상 시험이다. 획기적인 신약 등은 임상 시험을 통해 기존 치료제나 치료 불가능했던 영역에서 우수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함으로써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임상 시험은 의약품 등의 승인 근거가 되는 동시에 사람을 대상으로 신제품을 테스트하는 것인 만큼 중요성과 무게감이 남다르다. 하지만 한국에서 임상 시험은 그저 ‘꿀알바’, ‘고수익 알바’ 정도로 인식되곤 한다. 포털에서 ‘꿀알바’로 검색하면 임상 시험을 아르바이트로 추천하는 글이 수두룩하다.

대상자 모집에 늘 어려움을 겪는 병원, 기업 입장에선 임상 시험 모집 공고를 알릴 길이 마땅치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아르바이트 모집 사이트에 구인 글을 올리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참여 전 충분한 정보 제공, 보상 절차와 참여 중단 방식 등 임상 시험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임상 시험의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왜곡된 환경이 고착화된 것이다.

디지털 헬스 케어 전문 기업 HBA가 개발한 세계 최초 스마트 임상 시험 지원 플랫폼 ‘올리브씨(AllLiveC)’는 임상 시험의 왜곡된 인식을 바로 잡고 환자와 병원, 기업에 모두 이로운 임상 시험 환경을 만들기 위해 탄생했다. 올리브씨는 국제 임상 시험 표준 및 규격에 따라 임상 시험 정보를 제공하고, 환자가 스마트폰으로 자신에게 맞는 임상 시험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 또 키, 혈액형, 과거 임상 시험 참여 여부 등 신청자가 표기한 건강 정보를 통해 대상 적합 여부를 바로 판단할 수 있다.

임상 3상 등 특정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시험의 경우 올리브씨의 활용도가 높아진다. 환자는 자신이 다니는 병원이 아니면 임상 시험 정보를 알 길이 없다. 병원, 기관도 자신이 맡은 환자 이외엔 대상자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 올리브씨를 활용하면 이 문제가 생각보다 쉽게 해결된다. 단적으로 환자들이 병원을 잘 찾지 않는 지방간의 경우, 올리브씨를 통해 임상 대상자 모집을 조기 마감할 수 있었다.

 

[사진=HBA]

지난해 9월 애플리케이션 출시 이후 올리브씨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국내 30곳 이상의 병원, 기업, 협회와 협업 중이며,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은 사용자가 8만여 명에 이른다. 2년 전 3명이었던 직원은 현재 25명으로 늘었고, 해외 진출로 인해 내년(2019년)엔 50여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상반기 중국 광저우 난샤 메디컬 특구에 조인트 벤처 설립이 마무리될 예정이며. 미국 지사 설립도 진행 중이다.

특히 영국 투자 전문지 머저마켓에 올리브씨가 루키 서비스로 소개되면서 글로벌 투자사들의 관심을 끌었다. 올리브씨를 개발한 이병일 HBA 대표는 “30억 원의 시리즈A 투자 유치 계획을 하고 있었는데, 보도 이후 여러 글로벌 투자사가 관심을 보여 하반기에 무리 없이 투자 유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한 서비스가 이렇게 글로벌 기업의 관심을 받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병일 대표는 자폐성 장애를 앓고 있는 아들을 계기로 임상 시험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기존 치료제 중엔 효과적인 약이 없었기 때문. 하지만 지원하기도 전에 자신에게 맞는 정보를 접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이 대표는 “임상에 참여할 때마다 너무 불편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참여하고자 하는 시험이 뭐가 있는지, 어떤 시험인지, 진행은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알려주는 곳이 아무 데도 없었다. 환자 입장에선 답답할 노릇이다. 환자에게 희망이 되고자 하는 뜻으로 직접 서비스를 개발하게 됐다”며 “만들고 보니 세계 최초였고 국제 특허를 출원했다. 글로벌 제약사 등 외국에서도 큰 관심을 보여왔다. 중국, 미국뿐만 아니라 호주에서도 임상 대행 기관(CRO)와 협업해 현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환자와 기관을 연결하는 것을 넘어 고혈압, 당뇨 등 임상 대상자의 일상적 건강 정보를 체크해 대상자를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 ‘케이블(가칭)’도 올 하반기 서비스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병일 대표는 “병원이 원격으로 환자를 관리하는 것이 임상 시험에서만큼은 국내에서도 허용된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고민도 있다. 왜곡된 인식을 바꾸려다 보니 도리어 환자에게 접근이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이병일 대표는 “포털에 ‘임상 아르바이트’라고 검색하면 우리 서비스가 나오지 않는다. 임상 시험이 아르바이트라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검색어에서 빼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임상 시험을 아르바이트라고 부르는 걸 들으면 경악한다. 한국은 급하게 성장하다 보니 임상 시험 자체가 왜곡된 면이 많다. 그 인식을 바꾸려 하다 보니 환자들이 우리 서비스를 찾아오기 힘든 모순적인 상황도 있다”고 말했다.

올바른 임상 시험 정착을 위해 ‘임상 시험 바로 알기 캠페인’도 벌였다. 임상 시험이 난치 환자에겐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동시에 임상 시험에 대해 잘못 알려진 부분을 바로잡고자 했다. 이병일 대표는 “본래 취지에 맞게 환자-연구자가 모두 만족하는 임상 시험이 많아질 수 있도록 국내 환경을 바로잡고, 나아가 스위스 등 임상 선진국으로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새임 기자 j.saeim09@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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