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이노베이션, 무작정 시작하면 안 되는 이유

[사진=ESB Professional/shutterstock]

제약 산업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은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제약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지고, 시장이 성숙하면서 소비자의 니즈도 다양해지면서 신약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신약 개발은 점점 난제가 되고 있다. 세계제약협회(IFPMA)에 따르면, 1975년 1.38억 달러였던 신약 개발 비용은 2005년대 13억 달러로 10배가량 늘었다. 천문학적인 비용에 비해 신약 개발 실패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신약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약사에겐 새로운 길이 될 수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기업들이 혁신 제품 개발을 위해 자사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협업을 뜻한다. 실제로 세계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1988년부터 2012년까지 281개 제약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기존 폐쇄형 모델보다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을 적용한 경우 신약 개발 성공률이 3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내외 대형 제약사들이 ‘혼자 다 할 수 있다’는 마인드를 버리고 유망한 벤처 기업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만남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해보니 생각보다 어려움이 많더라’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대기업과 벤처 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KPBMA)는 18일 성공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을 바이오 오픈 플라자(Bio Open Plaza)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예화경 오픈이노베이션협의회 간사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할 때 대기업과 벤처 기업이 서로의 조직 체제와 문화, 마인드 차이를 가장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을 먼저 적용한 일본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일본경제산업성이 오픈 이노베이션에서 대기업 및 중견기업과 벤처 기업 연계의 장벽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형 기업과 벤처 기업 간 사내 문화나 업무 진행 방법 차이 등이 주요 장벽으로 꼽혔다.

예화경 간사는 “서로 다른 차이를 극복하고 성공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해서는 목표를 명확히 하고 목표에 맞는 방법을 적절히 교차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연구 개발 협력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서비스. 채널, 고객 확보 등 협력으로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 적용 영역이 확대되면서 정확한 목표 및 방법 설정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오픈 이노베이션 구현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은 성격에 따라 장단점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한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이벤트 피치, 해커톤,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개별 협업 교섭, 기업 벤처 캐피탈(CVC) 등이 있다. 이벤트 피치는 특정 분야의 벤처 기업 다수가 모여 발표를 하는 것으로, 많은 벤처 기업과 접점을 만들 수 있지만, 자사 소개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 실제 협업 비즈니스를 구축하기엔 부적합하다. 반면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은 주최 기업이 정한 주제에 따라 벤처 기업으로부터 협업 모델을 제안받는 것으로, 실효성 높은 협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지만 운영 파트너 선택에 의해 성과가 크게 달라진다.

예화경 간사는 “순수 투자, 신규 사업 창출, 사업 시너지 등 목표에 따라 팀 구성도 달라진다. 만약 출자 및 M&A까지 생각한다면 조기에 투자를 전제로 한 팀 구성을 꾸려야 한다”며 “각 프로그램마다 예측되는 효과를 측정할 수 있으므로 어떤 조합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실현해 나갈지 구체적인 설계를 사전에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새임 기자 j.saeim09@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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