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제약사에 무릎꿇은 정부, 환자는 불안하다

[사진erhui1979/gettyimagesbank]

간암 환자들의 마음을 졸이게 했던 간암치료제 리피오돌 사태가 결국 예상대로 약가 인상이라는 결과로 일단락됐다. 리피오돌은 경동맥화학색전술(TACE)에 꼭 사용되는 조영제다. 이 약은 프랑스 제약사 게르베가 공급하고 있다.

게르베는 올해(2018년) 3월 낮은 약가를 이유로 리피오돌 공급을 돌연 중단했다. 1998년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됐을때 8470원이던 약가는 2012년 5만2560원으로 무려 6배 이상 올랐다. 그런데도 약가가 낮다며 정부를 상대로 5배에 해당하는 26만 원의 약가 인상을 요구했다.

경동맥화학색전술에 사용되는 조영제는 리피오돌이 유일하다. 이렇다 보니 리피오돌 공급이 중단은 당장 간암 환자 생명권에 영향을 미친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와 환자단체 등은 “환자를 볼모로 한 다국적 제약사의 비인도적이자 파렴치한 행동”이라고 규탄했고 “정부는 게르베 요구를 들어줘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리피오돌 직접 처방 대상인 간암 환자들은 “약가 인상을 비난하는 것은 환자를 위한 행동이 아니다”라며 “리피오돌 공급이 안되면 환자들은 고가의 비급여 약을 쓸 수 밖에 없다”고 약가 인상을 지지했다.

이에 정부는 게르베를 상대로 약가 협상을 진행했고 지난 2일 보건복지부 제13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리피오돌 약가를 19만 원으로 인상키로 했다. 환자가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금액은 기존 2628원에서 9500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문제는 예상했던대로 정부가 약가 인상 카드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리피오돌 약가 인상을 이미 예견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노바티스 항암제 글리벡과 로슈 에이즈 치료제 푸제온도 약가 인상을 요구하며 공급을 수년간 거부해고, 정부는 매번 약가를 올려주는 것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글리벡 공급 중단 사태때도, 푸제온 사태때도 매번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던 정부는 이번 리피오돌 사태에도 별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오히려 정부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3월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윤병철 과장은 “공급 중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약가구조와 연관돼 있다”며 “약가는 구조상 제약사의 해당 국가 등과 외교문제가 얽혀있는 만큼 해결방안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민 건강과 안전을 수호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정부는 다시는 리피오돌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해야 한다.

현재 학계와 현장을 중심으로 국가필수의약품(필수적인 의약품이지만 안정적 공급이 어려운 의약품) 제도를 좀더 구체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정부와 국회는 ‘국가 필수 의약품 공급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 마련’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송영두 기자 songzio@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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