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우울증, 깜빡깜빡 기억력 저하로 나타나는 이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울증이 심하면 알츠하이머병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많은 연구로 알려졌지만, 우울증이 왜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높여 치매에 이르는지 기전은 불명확했다.

일반 성인의 우울증과 달리 노인성 우울증은 사회활동 감소, 신체 증상 호소, 기억장애, 집중력 장애로 나타난다. 최근 한 국내 연구진이 노인우울증과 알츠하이머병 치매 발병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여의도성모병원 뇌건강센터 (좌) 임현국 교수 (우) 왕성민 교수 [사진=여의도성모병원 제공]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뇌건강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임현국 교수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과 우울증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디폴트모드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가 우울증과 알츠하이머 병리를 연결시켜주는 주요 기전이라고 밝히며 해당 연구 결과를 미국신경정신약리학회 공식 저널인 ‘Neuropsychopharmacology, IF=7.853′ 2021년 6월호에 발표됐다.

디폴트모드네트워크는 사람이 인지 활동을 하지 않을 때, 즉 멍한 상태이거나 몽상에 빠졌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부위로 전전두엽, 후방대상피질, 하두 정소엽으로 구성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디폴트모드네트워크의 전방부 연결성은 증가하고 후방부 연결성은 감소하는 ‘전·후방 분리현상’ 즉, 뇌 네트워크 단절을 발병 기전으로 볼 수 있다.

뇌 네트워크 단절이 우울증과 알츠하이머병 위험도 매개 [사진=여의도성모병원 제공]
연구팀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뇌건강센터 외래를 방문한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F-18 플로르메타몰 뇌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 및 기능적 MRI(functional MRI) 검사를 시행해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도, 뇌의 기능적 연결, 그리고 우울증과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총 235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인지기능은 정상이나 우울증 있는 우울군(118명)과 비우울군(117명)으로 구분했다.

우울군은 비우울군보다 대뇌 중요 네트워크 중 하나인 디폴트모드네트워크의 전방부(슬하전두대상피질, 주황색)의 기능적 연결이 증가된 반면, 후방부분(후방대상피질, 푸른색)의 기능적 연결은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도가 높을수록 디폴트모드네트워크의 전방부 연결성은 증가했지만, 후방부 연결성은 감소했다. 이러한 디폴트모드네트워크 전·후방 분리 현상은 우울군에서 더 심하게 관찰됐다. 전방부 연결성이 증가할수록 우울증 증상은 더 심해지며, 후방부 연결성이 감소할수록 기억력이 저하됐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척이 우울증 발생의 직접적 요인이 아니라, 디폴트모드네트워크의 전방 활성도를 증가시켜 우울증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냈다.

연구팀은 디폴트모드네트워크 전·후방 분리 현상이 심해지면 네트워크 연결 간격이 이전 상태로 회복이 불가능해져 알츠하이머병 치매가 가속화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제1저자 왕성민 교수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노인우울증과 알츠하이머병의 관계를 명확하게 이해하게 되어 치매 진단 및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교신저자 임현국 교수는 “우울 증상을 보이는 노인의 경우 조기에 진단적 검사를 철저히 받고 치료를 하는 것이 치매 예방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은 se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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