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주사기의 힘이라더니…’병당 7명 접종’ 해외선 반려

[사진=서울시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 접종실에서 화이자 백신이 해동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백신 1병을 쥐어짜 7명에게 접종할 수 있다는 ‘보너스 접종’이 해외에서는 이미 시도했다 반려된 내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방역당국이 K-주사기를 활용해 화이자 백신 1병(바이알)당 7명을 접종하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최근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접종 방법은 이미 유럽에서 시도했다가 거둔 방법이다.

지난달 27일 질병관리청은 화이자 백신의 병당 7도스 사용이 가능하다는 공문을 일부 의료기관에 전달했다. 이로 인해 병당 5명 혹은 6명밖에 사용 못하는 백신을 7명까지 사용 가능케 하도록 만들었다는 자찬이 이어졌다.

벨기에서 병당 7도스 시도…2차 접종 시 문제 발생

하지만 이 같은 시도를 고려한 것은 국내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15일 벨기에 언론사인 브뤼셀 타임즈가 보도한 내용에 의하면, 벨기에 보건당국이 화이자 백신의 보너스 도스 사용을 시도했다가, 더 이상 허용치 않기로 결정했다. 이미 한 달 반 전 해외에서 이 같은 접종 방법이 고려됐다가 중단됐다는 것이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은 공식적으로는 병당 5명 접종이 가능하지만, 특수 주사기 사용 시 6명, 심지어 7명에게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벨기에 정부는 병당 6도스 사용은 허용하나, 7도스 사용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병당 7도스 사용 시 백신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은 아니다. 벨기에 보건당국은 보너스 도스 역시 적정 효과를 낼 것으로 보았다. 단, 병당 7명에게 사용할 경우, 2차 접종을 모두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1차 접종에서 7도스를 시도한 의료시설들이 실질적으로 2차 접종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백신을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프랑스 보도채널인 프랑스24도 이미 지난 1월 7도스에 대해 언급했다. 1월 27일 해당 언론사의 보도에 의하면 화이자 백신은 이론상 병당 7도스 사용이 가능하다. 병당 0.45ml인 백신을 해동 후 식염수 1.8ml에 희석하면 2.25ml의 용액이 만들어진다. 이론상 0.3ml를 1도스로 하는 백신 접종을 7회까지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언론사는 이론과 실제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의료인들이 매번 정확하게 0.3ml씩 도출할 수 없다는 것. 이처럼 정확한 도스에 신경 쓰다보면 의료인의 피로도가 가중되며, 이는 오히려 접종 과정에 오류를 일으킬 위험을 높인다. 이러한 점에서 특수 주사기처럼 적정 도구 사용 시 6도스 사용까지가 적정하다는 것이다.

국내 접종 이제 시작…선진 사례 충분히 검토해야

질병관리청은 1일 브리핑을 통해 27일 공문과 관련, 무리하게 접종량을 늘리라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1병당 6명 접종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 상황에서 7명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예외적 상황이라는 전제 역시 의료인에게는 부담이다. 예외적 상황은 잔여액이 1회 투여분이 될 것으로 보일 때 접종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는 남은 용액이 0.3ml 정도될 것으로 보일 때, 이를 체크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주사기에 옮긴 뒤 0.3ml가 되지 않을 땐 잔여액과 함께 주사기 역시 사용 못하고 폐기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이제 막 백신 접종을 시작한 우리나라가 이미 우리보다 훨씬 앞서 백신 접종을 시행한 유럽에서 반려한 접종 방법을 마치 K-방역의 힘인 것처럼 보도하는 것 역시 다소 남 보기에 무안한 상황이다. 방역에 있어 ‘최초’가 되려하기보다는, 해외 사례들을 충분히 검토해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LDS(최소잔여형, Low Dead Space) 주사기로 주사기 내 ‘죽은 공간(Dead Space)’을 최소화하고 잔여액을 사용해 백신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쥐어짜듯 백신 분량을 사용하려면 접종 인력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오류 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비싼 주사기를 사용해서라도 백신 잔여액을 사용하는 게 더 경제적인지, 7도스 접종 후 2차 접종에서 누락될 사람들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는지 등의 여부도 충분히 고려한 상태에서 7도스 사용 가능성을 고려해도 늦지 않는다.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http://www.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